23년 말, 앙골라가 OPEC에서 탈퇴했고 최근 유가 추세를 봤을때 석유 에너지 패권의 변화가 감지된다. 수십년간 OPEC과 OPEC+국가들이 석유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나 북미 셰일가스/원유와 친환경 전환으로 카르텔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이 배경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아보고자 한다.
OPEC은 석유수출국기구의 준말로 중동국가들이 국제 원유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1960년 설립된 기구이다. 22년 기준 OPEC은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약 33%, 국제기구이고 각 회원국은 1국가 1표를 보유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장량과 생산량에 비례하여 영향력을 보유한다. 설립 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동간의 파워게임에서 지렛대로 적절한 역할을 수행했고 원유 가격 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OPEC 회원국들이 막대한 부를 쌓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산유국이 늘어나며 원유 시장 내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OPEC 회원국을 구속할 수단이 없어 서서히 분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분열된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OPEC 설립 초기에 불거진 중동국가 – 서방 기업간 수익배분 계약 (50-50) 우회 사건,
2) 2차 오일쇼크(1973) 후 OPEC에서 국가별 생산 제한 미이행 사건,
3) 국제이슈 발생시 OPEC을 통한 영향력 행사 시도할때마다 친미국가와 반미국가간 의견 불일치,
4) 2008년 원유가격 급등 후 다수의 OPEC 회원국들간 입장 차이
산유국들이 많아지고 북미산 셰일가스/오일 판매비중이 늘면서 2010년대 이후 OPEC회의 때 더 많이 분열되는 추세다.
특히 2014년 재정이 불안정한 중소 산유국들의 생산제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생산량 유지를 통해 미국-OPEC간 치킨게임 돌입한 사건이 크게 분열시키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원유가격이 높았던 2008-2013년에 OPEC 회원국들은 배정된 생산량 쿼터이상을 생산 및 판매할 유인이 있었고 큰 수혜를 얻었다. 그러나 14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며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미국산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등장, 러시아의 생산확대로 유가가 계속 하락했다. 14년 말 OPEC 회의에서 재정이 불안정한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유지하며 미국과 러시아산 원유와 경쟁을 발표했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겹치면서 15-16년 중순까지 매우 낮은 유가 수준이 유지됐다.
그림 1 전세계 원유생산량 및 OPEC 생산비중
(단위: 백만 bpd, %)
그림 2 미국 원유 생산량 차트(1920-2022) (단위: 천 bpd)
그림 3 러시아 원유 생산량 차트 (1992-2021)
(단위: 백만 bpd)
그리고 2021년 이후 Post-COVID 수요 회복 시기와 2022년 러-우 전쟁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에너지 대혼란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분열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전쟁 이후 유럽은 급격한 탈러시아 과정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유휴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은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생산증대, OPEC과의 외교 강화, 베네수엘라와 이란 경제제재 완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러시아, OPEC간 이해관계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은 에너지 시장 안정화가 최우선 목표였고, 러시아는 유럽에 팔지 못하는 에너지를 수출하기 위해 판로 확보하고 높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려 했으며 OPEC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줄이고 높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OPEC은 에너지 가격 유지를 위해 러시아와 자발적 감산합의를 했으며 23년까지 사우디가 100만bpd의 원유 감산을 하고 다른 산유국들도 자발적 감산을 시행하는 등 생산 및 가격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2010년대와 마찬가지로 재정안정성이 낮은 국가들은 높은 가격에 원유를 판매하고 생산점유율을 유지하고 싶어했으나 주요국들은 감산을 주장하자 감산합의에 참여하지 않고 수출을 늘렸다. 반면 위 그림 2에서 보다시피 미국은 급격하게 생산량을 확대하며 점유율을 늘렸고 결과적으로 OPEC+러시아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챙기며 OPEC의 가격 결정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국가들은 OPEC 탈퇴를 고려하는 등 OPEC의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첫째, 경제적 이해관계 외에도 중동 산유국간 종교갈등이 심해지고 중동 및 근처 국가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원유 생산 리스크가 커졌다.
둘째, 아프리카와 남미 산유국들은 내부정치 불안정, 내전 등 영향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짧은 기간 내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하는 유인이 있다.
셋째,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진국들이 조금씩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OPEC의 영향력은 지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불만을 가지는 중소형 산유국들은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OPEC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현재 중동 내 일어나는 주요 분쟁은 이스라엘 – 하마스(+알파), 예멘 내전, 시리아 내전, 이란-파키스탄 충돌 등이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시위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어 갈등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의 재정은 석유에 연동되어 있기에 국가간 무력분쟁 발생 시 석유생산시설 타격 가능성이 있어 생산 리스크가 존재한다. 중장기적으로 내부 분쟁들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생산 리스크를 회피하여 중동 밖의 국가에서 채굴하려는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림 4 중동 지역 세력도
(파란색 수니파, 초록색 시아파)
출처: CIA World Factbook / 시리아의 경우 수니파가 다수이나 정부는 시아파 계열
위와 연관하여 아프리카 내 주요 산유국은 나이지리아, 알제리, 앙골라, 리비아 등이며 해당 국가들은 최근 10년내 내전이 발발했거나 내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남미 내 주요 산유국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이며 모두 내부 정치적 혼란이 심한 상황이다. 최근 수리남 근해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 및 개발 중인데 베네수엘라가 영토분쟁에 나서면서 역내 무력분쟁 가능성도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모두 OPEC 국가들이 존재하지만 내부 불안정과 부패를 생각하면 최대한 많은 양을 생산하여 가격이 높을 때 처분하려는 유인이 높아 보인다. 이 상황이 이어지면 비OPEC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다른 미래 영향력 축소 원인은 에너지 전환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에너지 비중을 보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 많이 전환됐다. 아래 그림을 보면 미국은 2000년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4% 내외였으나 안됐으나 22년 9%로 약 2배 성장했고 유럽도 2000년에 13% 내외에서 22년 30% 초반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각국이 선언한 탄소중립, 저감정책이 실현된다면 대부분의 석유는 에너지나 연료보단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5 미국의 에너지 믹스(단위: %)
그림 6 EU의 에너지 믹스(단위: %)
이런 복잡한 상황속에서도 전쟁처럼 석유 공급망에 큰 위협을 주는 사건이 없다면 앞으로 원유 가격은 대체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탐사 및 생산기술의 발달, 신규 매장지역 탐사 등 공급 증가 요인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는 증가요인과 감소 요인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 요인은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화이며 이중 인도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수요 감소 요인은 선진국들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발전기업(태양광, 풍력)과 수소/암모니아/메탄올/eFuel 등 신규 에너지 시장이 성장할수록 원유의 영향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어떤 미래가 앞으로 펼쳐질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원유라는 중요한 자원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변화를 고려하여 중장기적 포트폴리오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