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비즈니스, 그리고 인간을 잇다
알바로 까브레라, DTB 대표

DTB의 CEO 알바로 까브레라(Álvaro Cabrera) 는 자신을 “딥테크 번역가(DeepTech translator)”라고 소개했습니다.그는 학계와 비즈니스 세계를 잇는 다리이자, 두 영역의 언어를 연결하는 혁신가입니다.
23년이 넘는 기업가 경험과 7개국에서 20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한 경력,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깊은 헌신을 바탕으로 알바로 까브레라 대표는 딥테크 혁신 분야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가오는 사우스 서밋 코리아 2025(South Summit Korea 2025)를 앞두고, 그는 디오타임스(DIOTIMES)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여정과 비전, 그리고 리더십을 이끄는 핵심 가치를 들려주었습니다.

 

“딥테크 번역가”라는 표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비즈니스 세계와 학계는 완전히 다른 언어를 사용합니다. 시간, 예산, 그리고 형식에 대한 이해 방식이 전혀 다르죠.
저와 같은 딥테크 번역가의 역할은 이 두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매우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양쪽 모두와 협력하기 때문에, 그들의 협업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3년 이상의 기업가 경력과 7개국에서 20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하셨습니다.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제 인생의 ‘이키가이(ikigai, 존재 이유)’를 찾은 것이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경험과 관심이 완벽하게 일치하게 되었죠.
저와 제 팀, 그리고 파트너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자분들께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고, 세상을 바꾸며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프로젝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학계와 협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이끄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는 세대에 걸쳐 지속될 회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벅찬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의 일부를 사회공헌과 자원봉사 활동에 기꺼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딥테크 분야에 집중하게 된 계기와 국제적 경험이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저는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들이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연구실 안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들 연구는 대부분 납세자의 돈으로 진행된 것이었죠. 그래서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자분들은 놀라운 지성을 지녔지만, 종종 기업가적 사고방식이나 관심이 부족합니다. 저는 이 두 세계의 역량을 결합하면 엄청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 보았습니다.
또한 다섯 나라에서 살고 40개국 이상을 여행하면서 세상과 인간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이 문제로 보는 곳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겸손함과 따뜻한 태도로 가치를 더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딥테크는 기후 변화, 건강,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문제 해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3분 안에 음식을 배달하는 스타트업’으로는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인류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은 더 인내심 있는 자본, 더 깊은 협력, 그리고 더 많은 전문 인재를 딥테크라는 진정한 사회 변혁의 분야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플랜 B인 지구가 없으며,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줄어드는 인구 속에서도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실에서 태어나고 있는 딥테크 스핀오프(Spinoff)들 속에 있습니다.

 

기업들이 특허를 성공적인 스핀오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아이디어 구상과 초기 실행 단계에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발렌시아 딥테크 클러스터를 이끌고 계십니다.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 Quibim (앙헬 알베리크-바야리)

  • Health in Code (안헬라 페레스)

  • iPRONICS (호세 캄파니)

 

스스로를 “자부심 있는 제너럴리스트(proud generalist)”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딥테크 분야의 CEO라면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팀원, 연구자, 대학의 기술이전 담당자, 투자자, 대기업 등은 모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만 자신을 규정한다면, 일부만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고, 여러 시각을 이해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업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펀드레이징이 강점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사람들은 ‘사람’에게 투자합니다. 특히 초기 단계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의사결정자에게 회사를 팔거나 제품을 홍보하기 전에,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이 먼저 당신을 신뢰하고, 그다음에 회사를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이 원리는 고객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특히 B2B 분야에서는 더욱 중요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딥테크 산업 속에서 전략적 계획과 민첩함을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하십니까?

가장 나쁜 결정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고, 동시에 과정을 문서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핵심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다른 재능과 시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팀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공헌 단체 Fundación ALMA를 통해 아동 지원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런 사회적 헌신이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팀, 연구자, 고객, 파트너, 자문가 등 모든 분들을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지닌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인정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장려하며, 나눔을 통해 더 강한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유대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나누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딥테크 기업들이 사회적·환경적 목표를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추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딥테크의 본질은 인간의 삶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사우스 서밋 코리아 2025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기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국과 다른 지역의 딥테크, 기술이전, 벤처빌딩 경험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그 배움을 DeepTech Builder(저의 벤처빌더)와 스페인 생태계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기여하고자 하는 것은, 연쇄 창업가로서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공유하고, 연구자와 기업가가 만날 때 일어나는 ‘작은 빅뱅’의 가능성을 나누는 것입니다.

 

한국의 딥테크 및 AI 생태계를 유럽·라틴아메리카와 비교하신다면요?

한국은 어려운 안보 환경 속에서도 정부와 대기업(Samsung, LG, Hyundai, Kia 등)의 강력한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빠르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특허 출원 수는 전 세계 상위 3위권이며, 공공-민간 협력(PPP)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제는 창업가와 신생 기업들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만약 유럽이 딥테크의 ‘양심’이라면, 라틴아메리카는 ‘미개척 성장지’, 한국은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하이테크 가속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어떤 파트너십이나 협력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곧 출시할 딥테크 펀드의 잠재적 LP(유한책임투자자)를 찾고 있습니다.
또한 스페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유럽 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딥테크 투자자 및 기업들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섯 나라에서 살고 40개국 이상을 여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제가 살아온 모든 나라와 여행한 모든 곳은 저에게 ‘겸손의 목욕’을 선물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건강과 가족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되었죠.
저는 만나는 모든 분이 저와의 짧은 대화 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누군가 가르치고, 누군가 배우면, 결국 모두가 함께 성장한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라톤 완주자이자 병원 광대, 위빠사나 명상가로서의 경험이 비즈니스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러너로서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방해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마라톤 35km 지점에서 ‘이제 끝이다’라는 신호가 와도, 그 생각을 잠재우고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병원 광대로서, 건강의 축복에 늘 감사하며, “건강할 때는 수백 가지 고민이 있지만, 아플 때는 오직 하나의 문제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워질 수 있는지를 체험했습니다.

 

사람, 아이디어, 기회를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결국 사람과 우주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보답해 줍니다.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단순합니다. ‘옳게 느껴지지 않으면 옳지 않습니다.’
사람이나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즉시 멈춰야 합니다.
기회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잡을 뿐입니다.
직관을 따르세요. 그것이 결국 경험으로 다져진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