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는 오랫동안 야심 있는 전문가들에게 필수 자격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 학위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100년이 넘도록 비즈니스와 사회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온 살아 있는 제도입니다.
오늘날 MBA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 기원, 발전 과정, 그리고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 잡은 여정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저 역시 마드리드 IE 비즈니스스쿨(IE Business School)에서 MBA를 이수하면서, 이 학위가 어떻게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고 있는지 몸소 경험했습니다. MBA의 역사는 단순히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의 변화와 글로벌 리더십의 형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MBA의 탄생: 1908년 하버드
MBA는 1908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HBS)에서 33명의 학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산업혁명 이후 빠른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실무 경험뿐 아니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지식을 갖춘 관리자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하버드의 MBA는 법학이나 의학처럼 전문직 학위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론적 지식을 실제 비즈니스 문제에 적용하도록 구성되었으며, 경제학이나 상업학과 차별화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초기 성장기: 1920~1950년대
하버드의 성공 이후, 미국의 주요 대학들이 앞다투어 MBA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Wharton), 시카고 부스(Chicago Booth), 컬럼비아(Columbia) 대학 등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이 시기 MBA 교육은 회계, 재무, 운영관리, 조직 이론에 집중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제조업, 은행, 소비재 산업 등 전통 산업의 리더로 진출했습니다.
1950년대에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하버드가 개발한 ‘케이스 스터디 방식(case method)’이 MBA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훈련법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오늘날까지 이 방식은 세계 MBA 교육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월가와 MBA의 전성기: 1960~1990년대
1960~70년대에 들어서면서 MBA는 미국 내에서 기업 리더십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영대학원의 규모와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1980~90년대는 MBA 역사에서 ‘붐의 시대’로 불립니다. 월가(Wall Street)의 급성장과 함께 MBA는 투자은행, 컨설팅, 프라이빗에쿼티로 가는 핵심 통로가 되었습니다. “MBA는 부로 가는 티켓”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지원자 수가 폭증했고, 졸업생의 연봉도 기록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비판도 등장했습니다. MBA 프로그램이 윤리와 사회적 책임보다는 재무 공학과 주주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반성은 훗날 21세기 MBA 커리큘럼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확산: 1990~200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MBA는 곧 유럽과 아시아로 확산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IE 비즈니스스쿨(스페인), INSEAD(프랑스·싱가포르),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영국), IESE(스페인), HEC 파리(프랑스)가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들 학교는 다국적 학생 구성과 1년제 프로그램, 다캠퍼스 운영 등 미국식 MBA와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예컨대 IE의 교실에서는 70개국 이상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며, 그 자체로 글로벌 비즈니스 실험실을 이루었습니다.
이후 아시아에서도 CEIBS(중국), HKUST(홍콩), NUS(싱가포르), ISB(인도) 등이 급부상하며, MBA의 중심이 점차 다극화되었습니다. 오늘날 아시아는 MBA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1세기의 혁신
2000년대 이후 MBA는 또 한 번의 대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다음 다섯 가지 변화가 특히 중요했습니다.
기술의 부상: 실리콘밸리의 영향으로 MBA 졸업생들은 더 이상 은행과 컨설팅사에만 가지 않았습니다. 구글, 아마존, 스타트업 등 테크 기업이 새로운 주요 진로가 되었습니다.
창업 중심 교육: 대학들은 창업 인큐베이터와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며, 학생들이 직접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글로벌화의 심화: 교환학기, 국제 모듈, 다국적 캠퍼스가 MBA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ESG와 지속가능성: 기후 변화와 사회적 책임의식이 커지며, 윤리·거버넌스·지속가능경영 교육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온라인·하이브리드 학습: Coursera, edX 등 온라인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원격 MBA가 정규 교육의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변화에 적응한 학교들은 성장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들은 빠르게 순위와 영향력을 잃었습니다.
2025년의 MBA: 전통과 혁신의 교차점
2025년의 MBA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학위입니다.
1908년 하버드의 비전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MBA는 디지털, 창업, 글로벌 리더십의 시대에 맞춰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2년제 미국식, 1년제 유럽식, 경영자 대상 EMBA, 그리고 완전 온라인 MBA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MBA는 여전히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유연성과 생존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Danny Han의 인사이트
IE 비즈니스스쿨 MBA 졸업생으로서 저는 MBA의 역사를 통해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봅니다.
MBA의 본질은 언제나 ‘변화’였다.
1908년 산업화 시대의 관리자에서 2025년 테크 리더까지, MBA는 늘 시대에 맞는 리더를 만들어왔다.글로벌화는 MBA의 가장 큰 힘이다.
세계 각지의 경영대학이 확산되며, MBA는 리더십의 공통 언어가 되었다.미래는 ‘적응력’이 지배한다.
기술·지속가능성·창업을 통합하는 학교들이 다음 세기를 주도할 것이다.
MBA의 역사는 학교의 역사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교육이 어떻게 대응했는가의 역사이기도 하다.
결론
1908년 하버드의 작은 강의실에서 시작된 MBA는 오늘날 대륙을 넘어선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했습니다.
그 역사는 재무에서 글로벌화로, 기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으로, 주주 가치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로의 전환을 반영합니다.
MBA는 정적인 학위가 아닙니다.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1908년에도, 2025년에도 MBA는 여전히 미래의 리더를 길러내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