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인과 IE 인문예술대학에서의 역할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IE대학교 IE 인문예술대학의 학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하나의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기술과 인공지능이 세상을 재편하고 있는 시대에 인문학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인문학과 기술이 서로 대립하는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적 도구가 더욱 강력해질수록, 우리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그리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이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학생들에게 문학, 철학, 예술은 삶을 지적으로나 상상력의 측면에서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동시에 복잡성을 해석하고, 기존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판단력을 발휘하는 능력처럼 오늘날 거의 모든 직업에서 중요하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역량을 길러줍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한국을 넘어 해외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Hay Festival에서 대화를 나누기 전 황보름 작가가 제게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황보름 작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좀처럼 나누지 못하는 대화, 즉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기대를 짊어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분명 한국이라는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질문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잘 통합니다.
가족이 좋은 예입니다. 황보름 작가는 한국에서 가족이 주는 기대의 무게와 부모가 자신을 위해 감수한 희생을 인식하면서 느끼게 되는 의무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구체적인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과 동시에 자율적인 개인으로 성장하는 것 사이의 긴장은 스페인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가족 밖에서 점차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이 속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갑니다. 많은 독자들이 바로 그런 공간에 대한 필요를 공감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세계화는 흥미로운 두 가지 움직임을 동시에 만들어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다른 문화가 지닌 고유한 특성에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동시에 어떤 인간적인 질문들이 문화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으로 남아 있는지에도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스페인과 유럽에서 한국 문학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스페인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며, 그 범위도 훨씬 넓어졌습니다. 과거 많은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주로 기술과 산업 분야의 성공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와 예술, 그리고 이제는 문학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한강 작가의 역할은 분명 중요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에 놀라운 가시성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유럽 독자들의 관심은 한 명의 작가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유럽의 독자들이 발견하고 있는 것은 서로 매우 다른 목소리와 문체를 지닌 문학적 문화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강과 황보름의 대비가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분위기 면에서 이보다 더 다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강의 작품은 더 어둡고 형식적으로 까다로운 면이 있는 반면, 황보름은 따뜻함과 일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매우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욕망과 가족 및 사회의 기대 사이의 긴장을 탐구합니다. 저는 이러한 폭넓음이 하나의 ‘한국 문학’을 규정하려는 시도보다 오히려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학이 영화, 드라마, 음악과는 다른 방식의 문화적 가교를 필요로 한다고 보십니까?
문학은 필연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문화권에 전달됩니다. 언어가 문학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번역가와 편집자, 출판사 자체가 문화적 가교의 일부가 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독자들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세계로 들어가는 데 더 편안함을 느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런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익숙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에게 낯선 사회적 관습이나 말하는 방식을 접하게 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우리의 경험과 매우 가까운 감정이나 갈등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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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스페인 간 문화 교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그 가능성이 단순히 한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실제로 함께 일하고, 공부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Hay Festival은 좋은 사례입니다. 사람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축제를 찾지만, 축제의 가치는 프로그램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있습니다. 행사와 행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공동체 역시 그 가치의 일부입니다.
황보름 작가와의 대화는 AI 시대의 문화와 공동체에 대해 어떤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황보름 작가가 했던 말 중 제게 오래 남은 것이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언제나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자신의 문제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러한 차이가 지금의 시대에 특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불편과 마찰을 제거하는 데 매우 뛰어납니다. 알고리즘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책을 추천할 수 있고, AI는 점점 더 좋은 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도구들을 끊임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엄청난 가치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종종 다르게 작동합니다.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생각을 바꾸기도 하며, 때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 대화 자체는 여전히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받는 것과 해답을 얻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의 능력이 더욱 커질수록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의 가치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효율성을 원하지만, 동시에 우연한 발견과 예상치 못한 우회, 그리고 계획하지 않았던 만남도 즐깁니다.
저는 최근 이를 ‘의미의 경제(economy of meaning)’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험의 가치가 단순히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는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와 소속감,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에도 존재하는 경제입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경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요소들이 우리가 어디에 시간과 관심, 그리고 돈을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데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과 세계의 독자들이 무엇을 얻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양쪽 모두에서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세계화가 가져온 가장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이제 다른 문화를 접하는 일이 그 문화의 가장 눈에 띄는 대표적인 수출 문화 콘텐츠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한국 영화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 관심을 계기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문학은 이런 점에서 특히 강력합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내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다른 사회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몇백 페이지 동안 다른 사람의 전제와 불안, 욕망의 세계 속에서 살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놀라운 순간은 처음에는 문화적으로 멀게 느껴졌던 무언가가 예상 밖으로 친숙하게 다가올 때 찾아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페인과 한국이 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문학은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와 동시에 그 거리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경험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